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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기고] 어느 초선 광역의원의 넋두리
작성자 충청남도의회 작성일 2011-05-31 조회수 869
의원 맹정호

충남도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지도 어느덧 1년이 돼 간다.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보람과 긍지도 많지만 부족한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정리하고 평가할 시간을 갖지 않으면 이후 의정활동도 정신만 없을 뿐, 길을 잃은 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할 것 같다.

 

먼저 의원이라는 신분이 갖는 주민 대표성은 어느 정도일까. 의원은 주민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게 최고의 권위이다. 그러나 그 대표성이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다. 의원들은 술자리에서 간혹 이런 말을 한다. “2등으로 의원이 된 사람은 없다. 모두가 1등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 지역구의 주민 수는 8만 5000명이 넘는다. 그런데 지난 선거에서 내가 얻은 표는 비록 1등이었지만 1만 표가 약간 넘었다. 유권자·투표율·다자대결구도를 감안하더라도 비록 1등이지만 큰소리치며 대표성을 말하기에는 낯부끄럽다.

 

전체의 대표성을 갖기 위해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합리성과 객관성, 미래에 대한 비전에서 찾을 수 있다.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부분이다. 즉 전체 주민에 대한 대표성을 얻기 위해서는 당리당략이나 지역 우선주의, 또는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특히 의정활동을 하다보면 대의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가 충돌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진전되면서 도민들은 도정에 직접 참여하기를 원하는데, 의회는 “주민의 대표인 내가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한다. 대의기구인 의회와 도민의 참여와 소통을 강조하는 안희정 충남지사와의 간극을 어떻게 하면 좁힐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숙제다.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당선되더니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생각해 보면 나의 24시간도 참 바쁘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신문 보고, 아이들 깨워 등교 시키고 나면 8시, 다시 도의회까지 가면 10시, 회의하고 밥 먹고 또 회의하고 서산에 오면 6시, 밥을 먹고 TV 보면 11시다.

 

회의 때마다 집으로 배달돼 오는 자료를 읽을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회의가 없는 기간은 지역구 행사를 찾는 것을 위주로, 각종 토론회나 연수회에 참여한다. 친구도 만나야 하고 술도 마셔야 한다. 보도자료라도 한 건 써서 언론에 보도되려면 작심하고 한 삼일을 투자해야 한다. 초선의원이라 읽을 것도 많고 갈 곳도 많다.

 

그런데 주민들은 “맹정호가 게으르다”고 한다. 나는 과연 게으른가. 게으르다니까 게으르다고 하는 게 맞다. 머리가 아프다. 걱정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은 “왜 상갓집에 오지 않았느냐, 누구는 반상회도 오는데 왜 안 오느냐” 야단이다.

 

노인대학 특강이 있어 정중히 고민의 속내를 꺼냈더니, 일부는 “악수하는 것보다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일부에서는 재선되기 위해서는 열심히 얼굴을 팔아야 한다고 한다. 더욱 가혹한 말은 “둘 다 잘 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 둘 다 잘해야 한다. 부지런한 선배들의 노하우가 궁금하다. “그래도 회의는 빠지지 말고 다녀야지” 다짐하는 것으로 정리를 해 본다.

 

의원(議員)은 의회의 구성원, 즉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물론 회의에서는 말을 올바로(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바탕으로, 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제시하는)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초선의원의 길을 어렵고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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