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지역균형발전은 낡은 슬로건이 아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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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홍보담당관실 | 작성일 | 2022-09-01 | 조회수 | 267 |
의원 | 조길연 | ||||
지역균형발전은 낡은 슬로건이 아니다
조길연 충남도의회 의장
우리나라 중앙집권체제의 역사는 600년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 강진에서 아들에게 쓴 편지에 “벼슬에서 물러나도 한양 근처에 살며 문화적 안목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한 일화가 단적인 예다. 물론 뼛속부터 학자였던 정약용은 18년간 ‘한양 밖’ 유배지에서도 500여 권의 저서를 썼으며, 자식들에게도 출세 목적이 아닌 학문 그 자체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럼에도 ‘사대문 안’을 언급한 그의 편지가 우리의 뇌리에 박힌 것은 중앙을, 서울을 향하는 지금의 우리의 현실과도 다르지 않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아주 오랫동안 서울은 권력을 흡수했다.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치적·행정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0년 전 지방선거 부활 후 지방분권·자치분권을 이룩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10년 전에는 수도권의 행정기능을 분리해 세종시를 출범시켰다.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통해 수도권 집중을 직접적으로 완화하고자 하는 시도도 계속됐다. 하지만 중앙집권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기울어진 정도는 도저히 조절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오히려 ‘지방소멸’ 담론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중앙 집중 이슈는 많은 나라에서 제기돼왔다. 이웃 나라 일본은 지방소멸 우려가 한국만큼 심각하다. 일본은 2014년 인구감소의 심각성을 다룬 이른바 ‘마스다 보고서’를 발표했다. 마스다 보고서는 ‘도쿄 극점(極點)사회’ 일본에서 인구감소와 청년 유출이 계속되면 2040년 사라지게 될 수도 있는 896개 지역의 리스트를 열거해 충격을 안겼다.
우리나라 한국고용정보원도 마스다 보고서의 접근법을 토대로 2016년부터 한국의 소멸위험 지역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 지역은 2017년 85곳에서 2019년 93곳으로, 지난해는 106곳으로 늘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해 처음으로 전국 89개 지역을 인구감소 지역으로 지정했다. 급기야 정부는 극심한 인구 양극화에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해 인구가 급감하는 지자체에 10년간 1조 원씩 투입하기로 했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 부문의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지역 성장의 핵심이다. 반도체 등 전문인력을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양성할 경우 지방대학의 위축은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시·도교육청에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사용처를 대학 교육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지역에서는 농어촌 학교의 통폐합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현실을 부풀렸다거나,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에선 ‘지역균형 발전’을 글로벌경제에 뒤떨어지게 만드는 낡은 슬로건처럼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이 소멸에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청년들이 대도시를 향하는 것은 다양한 기회를 찾아서이기도 하지만, 지방에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도시로의 인구이동은 당연히 지방의 산업과 경제를 낙후시키고, 인구감소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낳는다. 지역이 사라진 글로벌경제는 없다.
다양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과 제도들이 모색돼 왔고, 거기엔 성과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제도의 성패를 잘 따져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 전제되어야 할 것은 적극적으로 제도를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에 신중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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