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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망 손봐야 고독을 넘어 연결된 사회로
작성자 임○○ 작성일 2023-01-26 조회수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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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시대, 누구랑 사세요?⑤]‘고장난 가족’의 종말, 사회망 손봐야 푼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별 스토리 • 어제 오후 7:06

고독을 넘어 연결된 사회로
지난해 7월 영국 웨일스 몬머스셔의 한 공원에 설치된 ‘행복한 대화(Happy to Chat)’ 벤치. 영국사회는 외로움을 끝내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국 곳곳에 대화 벤치를 설치하고 있다. 영국 웨일스 몬머스셔 의회 제공© 경향신문


2018년 1월 테레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는 트레이시 크라우치 체육·시민사회부 장관을 ‘외로움 문제 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으로 겸직 임명했다. 정부에 외로움 담당 장관이 생긴 것은 세계 최초다. 메이 총리는 그해 10월 외로움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전략을 발표하면서 “외로움은 현재 가장 중요한 공공보건 이슈 중 하나”라고 규정했다. 외로움이 시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 정부가 외로움 문제에 본격적으로 주목하게 된 것은 2016년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 중 피살된 노동당 하원의원 조 콕스의 영향이 컸다. 생전 외로움 문제에 천착한 그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조 콕스 외로움 위원회’는 2017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영국 인구 6600만명 중 900만명 이상이 종종 혹은 항상 외로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만큼이나 건강에 해롭다고 덧붙였다.

외로움을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정부가 정책적으로 관여하려는 나라는 영국만이 아니다. 일본 정부도 2021년 2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늘자 고독·고립 문제를 담당하는 각료를 임명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부산시의회는 2019년 5월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부산시민 외로움 치유와 행복 증진을 위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부산시가 외로움을 시에서 관리하고 해결할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안의 핵심은 개인의 취약함이 사회적 고립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계망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사회적 고립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회적 고립도는 아플 때 집안일을 부탁할 경우, 힘들 때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경우 중 하나라도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국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적 고립도는 34.1%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이래 최고치로, 코로나19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 심화됐으며 특히 60대 이상의 경우 41.6%였다. 청년층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서울에 사는 만 19~39세 청년 중 4.5%(12만9000명)가 고립·은둔 상태라는 조사 결과가 지난 18일 나왔다.

국제적으로 비교해보면 한국은 사회적 관계망의 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0년 OECD ‘더 나은 삶 지수’ 중 한국의 공동체 지표를 보면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족·친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0%다. OECD 평균(91%)보다 11%포인트 낮은 수치다.

[반려시대, 누구랑 사세요?⑤] ‘고장난 가족’의 종말, 사회망 손봐야 푼다© 경향신문
전통적 의미의 반려와 유사한 의미인 가족에 대한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21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법적인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살고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68.5%가 동의했다.

전통적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새로운 반려관계를 맺는 모습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혼자도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을 꾸린 두 여성의 동거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공저자 김하나 작가는 책에서 “여자와 남자라는 원자 둘의 단단한 결합만이 가족의 기본이던 시대는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는 저서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 “가족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온 사회의 결과는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과 단절의 증가, 그리고 모두의 ‘돌봄 공백’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라고 말했다. 그간 한국 사회가 다양한 돌봄망이나 상호의존망에 대한 지원을 마련하기보다 전통적 가족에게 책임을 떠넘겨왔다는 것이다.

혈연·결혼으로 맺어진 전통적 가족은 곳곳에서 ‘고장 신호’를 보낸 지 오래다. 대표적인 것이 ‘무연고 사망자’ 현황이다. 무연고 사망자는 연고자가 없는 경우,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 또는 기피하는 경우를 말한다. 해마다 증가 추세인 무연고 사망자는 2021년 기준 3603명이다. 이 중 71%(2551명)는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 또는 기피해 무연고 사망자가 됐다.

경기 여주시 금사면에 있는 시니어 주거공동체 ‘노루목 향기’는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여성 노인 3명이 한집에서 살며 서로를 돌보는 사례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혜옥씨는 경기도가 지난달 공개한 여성활동 구술영상에서 “남남이 같이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성질날 때가 왜 없겠나.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셋이 낫다는 게 계속 살다보니 보인다. ‘이게 서로 돌보는 거구나, 꼭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동체 주택에서 ‘따로 또 같이’ 살아가면서 느슨한 유대를 맺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동체 주택은 사생활이 보장되는 개인 공간과 입주자들 간 소통·돌봄의 매개가 되는 공유 공간이 공존하는 주거 형태다.

경기 여주시 금사면에 있는 시니어 주거공동체 ‘노루목 향기’는 동갑내기 친구 사이인 여성 노인 3명이 한집에서 살며 서로를 돌보는 사례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이혜옥씨는 경기도가 지난달 공개한 여성활동 구술영상에서 “남남이 같이 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성질날 때가 왜 없겠나. 그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낫고 셋이 낫다는 게 계속 살다보니 보인다. ‘이게 서로 돌보는 거구나, 꼭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동체 주택에서 ‘따로 또 같이’ 살아가면서 느슨한 유대를 맺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공동체 주택은 사생활이 보장되는 개인 공간과 입주자들 간 소통·돌봄의 매개가 되는 공유 공간이 공존하는 주거 형태다.

***무지개집은 성소수자들이 모여사는 공동체 주택이다. ====강윤중 기자© 경향신문
문제는 한국 사회의 법·제도가 이 같은 새로운 반려관계를 뒷받침하기는커녕 되레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한집에서 살며 서로를 돌보는 반려관계지만 법적으로는 남남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도 없고, 가족돌봄휴가도 쓸 수 없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4월 “현행 법·제도는 여전히 기존의 전통적 가족 개념을 근거로 하고 있어 실재하는 다양한 생활공동체가 실질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고 오히려 차별을 받고 있다”며 생활동반자법 마련을 국회에 권고했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혈연이 아닌 방식으로 맺어진 사람들이 서로를 돌보며 함께 살 때 필요한 사회복지혜택과 제도적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하지만 동성애 혐오를 비롯한 반대여론 때문에 아직 입법 추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2012~2019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며 생활동반자법 입법을 추진했던 황두영 작가는 저서 〈외롭지 않을 권리〉에서 “사람을 무작정 모아둘 게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살림을 합치도록 장려해야 한다”며 “생활동반자법은 이를 위한 하나의 큰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반려관계를 수용할 수 있는 주택정책도 필요하다. 김수동 사회투자지원재단 터무늬제작소 소장은 “공동체 주택 공간의 핵심인 세대별 맞춤형 설계나 공유공간의 반영은 공동체 주택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해 건축설계 및 인허가 단계부터 벽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생활동반자가 가족의 한 형태로 인정되는 유럽의 경우 집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학교·직장 등 모든 생활공간에서 사회적 관계망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외로움을 주로 1인 가구 혹은 고독사의 문제로 접근하는 반면 영국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다양한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포괄적으로 접근한다”고 말했다. 학교 내 집단 따돌림, 실직 등으로 인한 배제 경험도 외로움 유형으로 분류된다.

아울러 외로움 대응에는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 기업, 시민사회, 개인 등 모든 주체 간 협력도 필요하다. 최 연구위원은 “외로움이 매우 복잡하고 주관적이라는 특징을 고려할 때 개인의 상황에 맞는 섬세한 접근과 지역사회 중심의 해결방안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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